categorized under 솔직한 이야기 & written by 양치기소년.
올해 들어 카이스트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자살했다. 언론에서는 카이스트의 징벌적 등록금 제도와 전과목 영어수업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서 비난의 칼날을 세웠다. 이어 서남표 총장은 8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야간 긴급 간담회를 실시했고, 11일 카이스트 교수협회는 비상 총회를 개최해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같은 날 카이스트 총학생회도 성명을 발표해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카이스트가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언론사는 성향에 따라 분석을 다르게 한다. 보수언론의 경우 ‘구조’보다는 ‘개인’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고, 진보언론에서는 ‘개인’ 보다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한다. 모두 객관적인 지표들과 자료들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어 그럴듯한 논리로 보인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생각해 ‘개인’의 문제로 온전히 치부하더라도 카이스트의 폐쇄적인 강의 스타일과 징벌적 규정을 논외로 둘 수 없다.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카이스트는 ‘서남표식 교육개혁’아래 혹독한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지난 2006년에 취임한 서남표 총장은 ‘공짜 등록금’에 의한 ‘게으름’을 지적한다면서 학점 3.0이하의 학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무료인 등록금을 차등적으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개혁의 바람에 당시의 언론들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았다. 국비로 운영되는 카이스트에 대한 ‘세금’의 ‘정당한 운용’이 다수의 국민에게 나쁘게만 들리지 않았다. ‘영어 수업’ 역시 카이스트라는 명성에 가려져 학생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학교의 ‘네임밸류’를 먼저 떠올릴 뿐이었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보느냐, 혹은 ‘구조’의 문제로 봐야하는가는 뒤르켐의 명저인 ‘자살론’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뒤르켐은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자살 원인을 ‘사회적 유대’의 부재로 봤다. 즉, 개인이 사회에서 고립돼 멀어질수록 자살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의 이론으로 카이스트 사건을 되짚어 본다면 들어맞는 부분이 많다.
우선, 서남표 총장의 폐쇄적인 강의스타일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영어 수업을 통해 세계적인 지도자를 양성하겠다고 했으나 그것은 개방을 표방한 폐쇄였다. 전체 수업 중 91%를 영어로 수업하는 카이스트의 수업 방식은 외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수업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카이스트는 전체 학생 중 절반이 넘는 학생이 외고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 출신이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하거나 높은 수준의 영어 교육을 받아온 학생이다. 이에 반해 일반고나 전문계고 출신들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들은 너무나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함은 물론이고, 우수한 준거집단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도 경험해야했다.
둘째, 징벌적 등록금은 학생 개인의 존엄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이 다니던 중·고등학교에서 수재였다. 하지만 카이스트에서는 낙제생에 불과했다. 그들은 특목고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룹에서 배제됐고, 전문계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새겨진 낙제생의 낙인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소통의 부재에 있다. 억압과 소외, 경쟁의 교육은 학생과 교수, 학생과 학생 사이의 벽을 만들었다. 소외된 개인이 억압의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자살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지극히 사회적인 문제다. 그리고 경쟁을 절대적인 신앙으로 추앙했던 ‘경쟁 공화국’의 쓸쓸한 뒷모습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수함과 열등함을 구분하는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협력과 소통의 세상으로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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